손주를 홀로 돌보는 할머니의 이야기

 손주를 돌보는 일은 힘든 일입니다. 예전에는 보육기관의 부족으로 하루종일 손주돌봄을 하는 조부모님들이 계셨지요.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 이야기를 적어보았습니다.

 

2010년도에 인터뷰한 이혼한 아들의 10살 남자 손주를 키우는 62세 할머니의 면담 자료를 재구성 했습니다.  손주를 돌보는 우리 선배어머님의 문화와 사회적 배경에 따라 생각과 감정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출처 : 김윤주, 방미란(2011). 손자녀를 돌보는 할머니의 경험: 내러티브 탐구. 질적연구, 12(1), 59-72. >


내 자식을 위해 손주를 떠맡게 되었어

  할머니는 자식은 엄마 손에서 커야 한다는 생각과 손자를 맡아 키우는 것에 대한 부담감으로 손자 맡기를 거절하였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자식이 맞벌이를 한다기에 처음에는 자식을 위한는 마음에 어쩔 수 없이 손주를 떠맡았다. 고아원에는 못 보내 울고 싶은 심정으로 13개월짜리 어린 손자를 떠맡았다.

  “너희들은 네 자식들을 나한테 맡기면 불효자 중에 불효자다. 맡기지 말아라! 애기 키우는 게 급선무지 엄마 품에서, 아무리 할머니가 잘 키운다고 해도 할머니가 키우는 것은 잘못 될 수 있다. 너희라 꼭 키워라. “

혹여 잘못 키울까 걱정이 되네

    험한 세상에서 손자를 어찌 키울까 할머니는 걱정부터 앞선다. 행여 손자가 아플까, 손자가 사고라도 나서 다치지 않을까 걱정되고 염려되어 할머니는 언제나 노심초사하였다. 할머니가 키워 잘못 키웠다는 소리는 듣지 않기 위해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손자지만 눈물을 머금고 남들보다 더엄하게 키웠다.

  “너는 내 사랑하는 손자니까 잘못 될까 싶어서 너를 그렇게 잘못하면 지적해주고 하는 거야. 저 산에 나무도 큰 목재로 기르려면 나뭇가지를 다 쳐줘야 곧게 꾸부러지지 않고 곱게 성장해. 그런 나무들은 좋은 집을 지을 때 목재로 쓰는거야.”

  “지금은 어려서 그렇지만 어딘지 모르게 저런 애들이 삐딱하게 나가려면 얼마든지 삐딱하게 나갈 수 있는 쉬운 환경이잖아요. 그래서 저녁으로 성경쓰기하고 성격 가르치기 하고 성경 암기하고 매일 하느님 말씀 가르치고 그러지. 잘못될까봐. 애기들 삐뚤어질까봐.”

손주를 공부시키는 일이 힘들어. 부담감이 커.

    손자를 키우면서 가장 힘든 부분은 손자를 공부시키는 것이었다. 다른 것은 다해줘도 공부는 못 봐준다고 고래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공부를 봐줄려니까 지금 공부는 어떻게 그렇게 힘들어요. 못 봐줘. 할머니들 진짜 못 봐줘요. 숙제 봐줄라, 복습 예습시킬라, 학원을 못 보내니까, 하지만 얼마나 내가 스트레스를 받겠냐고. 그것을 다 참견하는데… 먹이고, 입히고, 밥해주는 것도 힘든데 일 갔다 와서… 그놈 공부 봐주랴, 숙제 봐주랴 내가 체력이 딸려. 체력이…”

  저녁만 되면 할머니는 당신이 아는 데까지는 최선을 다해 교육시키고, 모르는 것은 다른 며느리와 학교선생님에게 물어가며 가르쳤다. 손자의 공부습관을 기르기 위해 좋아하는 연속극도 마다하고 밤마다 어린 손자와 함께 공부를 하였다. 손자가 부모와 살았더라며, 경제적으로 여유롭다면 ‘남들 다 보내는 학원이라도 보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에 할머니는 손자가 애처로왔다.

아무도 나를 위해 지지해주지 않네. 그래서 힘이 드네.

    홀로 손자를 돌보는 할머니는 모든 것을 혼자서 감당해야만 했다. 자식들도 더 이상 생활비를 대 줄 형편이 되지 않아 할머니는 아픈 몸을 이끌고 청소 일을 하기 시작하였다. 학원에 보낼 수 없어 혼자 놀고 있는 손자를 보면 불쌍하고 마음이 짠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참말로 나는 애로 사항이 많소.” 하며 연신 긴 한숨을 쉬었다.

  가족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할머니는 정부의 지지를 기대하지만 정부와 학교의 지원은 너무나 미미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동사무소로 가서는 혜택을 못 받아, 아무것도. 집도 없고, 전세도 아니고, 아무것도 없는 사람인데 혜택을 못 받아. 그런데 학교에서 선생님이 전세인가 사글센가 그거 떼 갖고 오라고 하더라고. 하도 창피해서 목사님한테 거짓말로 전세등기를 써주라고 했어. 없으니까 전세 등기도 없으니까 목사님 집에서 공짜로 사니까 근데 뭔 서류하려면 창피해. 너무 창피해서. 이천만원 전세라고 써줬어. 목사님이. 그걸 냈더니 아량으로 해서 교장선생님하고 해서 점심 무료로 급식을 해줘요. 학교에 써서. “

몸이 안 아픈데가 없어. 아프고 힘에 부치네.

할머니는 예전에 사고로 몸을 다쳐 오랫동안 치료를 받았다. 

 “돌 지난 놈 데리고 있으니까 얼마나… 힘들고 몸은 아픈지. 엉엉 울었어…”

나이가 들어 팔 다리에 힘이 없고 움직일 때 마다 관절 통증이 심하지만 손주를 돌보는 일을 등한 시 할 수 없었다. 할머니는 이제는 체력이 딸려 손자 때릴 힘도 없다고 말하였다.

 “내 몸도 아프요. 나도 건강치 못한 사람인데 청소일을 하다 다리에다가 힘을 많이 줄거 아니여? 청소부니까. 거리에서 하니까. 무릎에 관절이 와서 무릎이 아파서 여기 오르내리도 못하겠어. 내 몸도 아픈데 손주까지 키우니까 말도 못하지.”

유일하게 신앙의 힘으로 버티고 있어.

 “진짜 신앙이 아니면 못 키워. 저녁마다 기도하고 눈물로 기도하고…”

할머니가 믿고 의지할 곳은 오직 신앙뿐이었다. 그렇게 십 여 년을 신앙으로 키운 탓에 어느덧 손자를 키우는 것이 운명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는 신앙으로 살고 있어”

“신앙이 있기 때문에 기도도 같이하고. 잠자리 들기 전에 기도하고” 

” 우리 손주 잘 때,  어떻게 어떻게 성장하게 해주십시오. 지혜로운 사람으로 길러주세요. 또한 남을 배려하는 사람으로 길러주세요라고 이야기해 “

“이 세상에 좋은 말만 다 들어서 축복을 빌어 주고 기도하고 그러니까  울 손주가 자다가 그걸 아나봐. 그걸 배워서 지도 그렇게 기도하고…”

 

발이 묶여 없어진 내 삶은 어쩌나

할머니는 손자를 돌보느라 어디 한군데도 못 간다고 푸념을 하시면서 긴 한숨을 쉬었다. 어디 한군데도 맘편히 다니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서러워 눈시울을 적셨다.

“내가 이놈한테 몽땅 쏟고 있으니까 내 시간은 없다니까. 내 삶이란 것도 없어. 어디 가자 그래도 어디 한군데도 못가”

” 우리 인생은 없어져 부러 그만 이야기혀”

 “참다참다 스트레스 받으면 그런 소리 할 때도 있지. 내가, 니 땜에 발목 잡혀서 내가 뭐 땜에 너를 맡았는지 모르겠다고”

그래도. 나의 삶의 낙은 우리 손주

 “할머니 오래 오래 사세요. 건강하게 만 사세요. 내가 29살, 30살만 먹으면 그때는 사회인이 되니까 돈 많이 벌어서 할머니 힘들지 않게 할께요”

“할머니가 나한테 투자한 것처럼 할머니 목욕시키고, 머리감기고, 신발 빨아주고…”

“내가 가만히 보니까 우리 엄마는 나한테 투자한 것이 없는데 할머니가 지금까지 나한테 투자를 많이 했으니까 할머니 편찮으시면 내가 자가용으로 모시고 병원에도 가고 할머니 밤 좋아하니까 밤도 사드리고, 배 좋아하니까 배도 사드리고…”

이렇게 말하는 손자가 삶의 낙이 되고 할머니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되었다.

 “언제 커서 이렇게 흐믓한 소리도 한다. 궁댕이 다독다독 해주고 그래요.”

할머니는 손주가 너무나 기특하며 연신 흐믓한 웃음을 지어 보인다.  


신앙의 힘으로 삶을 지탱하면서 손주를 온 정성을 다해 키우시는 할머니 이야기였습니다. 

온 우주의 기운이 손주가 잘 자라날 수 있도록 도와줄거에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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